아침에 대한 좋은 시모음, 문태준 ‘새날 아침에’ 외

아침에 대한 좋은 시모음, 문태준 ‘새날 아침에’ 외

– 문태준

새날이 왔습니다.

아침 햇살을 따사롭게 입습니다.

햇살은 사랑의 음악처럼 부드럽습니다.

아침은 늘 긍정적입니다.

아침은 고개를 잘 끄덕이며 수긍하는,

배려심 많은 사람을 닮았습니다.

어제의 우울과 슬픔은

구름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.

어제의 곤란을 기억해내야 할 의무도,

필요도 없습니다.

간단하게 어제의 그것을

이 아침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면 됩니다.

우리에겐 새로운 하루가 앞에 있습니다.

얼마나 다행인지요.

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.

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.

​-김종길

매양 추위 속에

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

새해는

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.

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

파릇한 미나리 싹이

봄날을 꿈꾸듯

새해는 참고

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.

오늘 아침

따뜻한 한 잔 술과

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

그것만으로도 푸지고

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.

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

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

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

좀 더 착하고

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.

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

한 해가 가고

또 올지라도

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

고운 이빨을 보듯

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.

-오세영

새해 첫날은

빈 노트의 안 표지 같은 것,

쓸 말은 많아도

아까워 소중히 접어 둔

여백이다.

가장 순결한 한 음절의

모국어를 기다리며

홀로 견디는 그의 고독,

백지는 순수한 까닭에

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.

새해 첫날 새벽

창을 열고 밖을 보아라.

눈에 덮여 하얀 산과 들,

그리고 물상들의 눈부신 고요는

신의 비어있는 화폭 같지 않은가.

아직 채 발자국 하나

찍히자 않은 눈길에

문득 모국어로 우짖는

까치 한 마리.

– 문태준

새날이 왔습니다.

아침 햇살을 따사롭게 입습니다.

햇살은 사랑의 음악처럼 부드럽습니다.

아침은 늘 긍정적입니다.

아침은 고개를 잘 끄덕이며 수긍하는,

배려심 많은 사람을 닮았습니다.

어제의 우울과 슬픔은

구름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.

어제의 곤란을 기억해내야 할 의무도,

필요도 없습니다.

간단하게 어제의 그것을

이 아침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면 됩니다.

우리에겐 새로운 하루가 앞에 있습니다.

얼마나 다행인지요.

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.

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.

– 조희선

그만 일어나시게

아침이 오셨네.

그대 고단한 여행길 지친 것은 내 아네만

그래도 오늘 하룻길 또 가야 하지 않겠는가.

하루만 더

하루만 더

그대 여독을 핑계삼아 쉬는 건 좋네만

그러다 아예

추억과 회한에 매여

다시 길 떠나지 못할까 걱정되네.

그만 일어나시게

그대 다녀온 그곳보다 더 좋은 풍경과 인연이

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네.

이제 그만 툭툭 털고 일어나시게

갈 길이 아직 더 남았으니…

오늘 아침에
오늘 아침에

오늘 아침에

– 이봉직

오늘 아침 골목에서

제일 처음 눈 맞춘 게 꽃이었으니

내 마음은 지금 꽃이 되어 있겠다.

오늘 아침 처음 들은 게

새가 불러 주는 노랫소리였으니

내 마음은 지금 새가 되어 있겠다.

그리고 숲길을 걸어 나오며

나뭇가지 흔들리는 걸 보았으니

내 마음은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있겠다.

가지마다 예쁜 꽃이 피고

새가 날아와 앉아 노래 부르는

그런 나무가 되어 있겠다.

아침
아침

아침

– 신혜림

새벽이

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

햇살의 입맞춤으로

잠에서 깨어난 대지는

부산스럽기만 하다

나들이를 꿈꾸며

이슬로 세수하는 꽃들

밤을 새운 개울물

지치지도 않는다

배부른 바람

안개를 거둬들이며

눈부시게

하루의 문을 연다